들어가며
설악시민뉴스는 지난 제5호, 제6호 특집칼럼에서 2026년 6.3 지방선거의 설악권 4개 시군의 선거결과를 세 층위 — 거시(양당체제)·중위(교차분석)·미시(후보 개인) — 로 나눠 분석했고, 이어 "동반낙선론"과 "20만원 공약론"이라는 선거 이후 유포된 두 서사를 검증했다.
이 결론이 어떤 데이터로 뒷받침되는지, 네 개의 진단을 통해 짚어본다.
"보수 텃밭"은 정말 무너지고 있는가
속초·양양·고성·인제 4개 시·군은 하나의 국회의원 선거구('설악권')를 이루며, 북한과 접한 최북단 지역이자 월남민이 도시를 형성한 역사로 인해 오랫동안 보수 우위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그런데 최근 몇 차례 선거의 정당 득표율을 놓고 보면 이 통념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후보 개입 여지가 가장 적은 두 지표 — ①대통령선거(2022·2025)와 ②2026년 기초의회 비례대표 득표율 — 을 3개 시점으로 이어 붙여 살펴봤다. 지역 현직 프리미엄이나 개인표 같은 인물 요인이 가장 적게 섞이는 두 지표만 골라, 후보가 누구인지와 무관한 '순수 정당 지지'의 흐름에 최대한 가깝게 접근하려는 것이다.
| 지역 | 대선 2022 | 대선 2025 | 기초의원비례 2026 | 총변화(22→26) |
|---|---|---|---|---|
| 속초 | 41.71% | 44.62% | 49.06% | +7.35%p |
| 고성 | 39.12% | 41.25% | 45.86% | +6.74%p |
| 양양 | 37.55% | 41.26% | 48.15% | +10.60%p |
| 인제 | 41.59% | 42.63% | 48.73% | +7.14%p |
| 평균 | +7.96%p |
4개 지역 전부, 두 구간 모두 예외 없이 상승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fact)이다. 문제는 이 상승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두 가설이 가능하다.
이를 가르기 위해 국민의힘의 전국 성적을 대조했다.
전국적으로 국민의힘은 8회(2022) 대비 9회(2026)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2곳→4곳, 기초단체장 145곳→95곳으로 성적이 급락했다. 나무위키 정당별 결과 문서는 이 참패의 원인을 국민의힘 자체 지지율이 선거 3개월 전 이미 10%대 후반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계엄·탄핵 정국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로 설명하고 있고, 강원도 패배 역시 현직 지사의 낮은 도정 평가와 동해안 민심 이반으로 별도 설명된다. 즉 이 상승은 지역 유권자의 자발적 재정렬이라기보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 자체가 전국적으로 반감을 산 결과에 훨씬 가깝다.
지역별 편차도 이를 뒷받침한다. 양양군만 유독 크게(+10.60%p) 뛴 이유는 따로 있었다 — 현직 군수였던 김진하 전 양양군수가 선거 한 달 전 뇌물수수와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되면서, 평가가 좋았던 3선 단체장에 대한 배신감이 고스란히 표로 옮겨간 것이다. 나머지 세 지역은 6~7%p대로 비교적 균일한 데 비해 양양군만 튄 이유가 바로 이 지역 고유의 스캔들이다.
요컨대 설악권 정당 득표율 상승은 "정당 지지 공고화"라는 유권자 행태 변화로 단정하기보다는,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전국적 위기를 거치며 지지 기반을 상실한 결과에 개별 지역의 후보 요인(양양의 스캔들)이 얹힌 것으로 설명하는 편이 현재까지의 데이터에 더 부합한다.
정당은 이겼는데 사람은 졌다 — "방향 역전"
정당 득표율의 완만한 상승이 곧 단체장 선거의 승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극적인 대목이다. 설악권 4개 지역의 기초단체장 결과와, 정당 지지의 대리지표인 기초의회 비례대표 득표율을 나란히 놓으면 뚜렷한 역설이 드러난다.
| 지역 | 기초단체장 당선 | 단체장 격차 | 비례대표 격차 | 방향 |
|---|---|---|---|---|
| 속초시 | 국민의힘(이병선) | 국힘 +6.93%p | 국힘 +1.87%p | 일치(3.7배 확대) |
| 양양군 | 민주당(김정중) | 민주 +4.28%p | 국힘 +3.69%p | 역전 |
| 고성군 | 민주당(함명준) | 민주 +9.35%p | 국힘 +8.27%p | 역전(최대) |
| 인제군 | 민주당(최상기) | 민주 +8.29%p | 국힘 +2.53%p | 역전 |
양양·고성·인제 3개 군은 정당 지지의 대리지표인 비례대표에서는 국민의힘이 근소하게(2.53~8.27%p) 앞서 있었음에도, 정작 단체장은 정반대로 민주당이 가져갔다. 특히 고성군은 비례대표에서 국민의힘이 8.27%p나 앞섰지만 단체장은 민주당이 9.35%p 차로 이겨, 정당 득표와 단체장 득표의 우열이 완전히 뒤집힌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남았다.
반대로 속초시는 유일하게 두 결과의 방향이 일치했는데, 그 격차는 비례대표(1.87%p)보다 단체장 선거(6.93%p)에서 오히려 3.7배로 벌어졌다 — 즉 속초는 4개 지역 중 정당 기반 자체는 가장 경합에 가까웠던 곳인데도, 단체장 선거에서는 가장 큰 격차로 승부가 갈렸다.
이 역설을 관통하는 것은 결국 '누가 현직이었는가'다. 양양·고성·인제의 민주당 단체장은 다선 현직(함명준 3선, 최상기 3선)이거나 전임 국민의힘 군수의 비리·중도하차에 따른 반사이익(양양)을 얻은 인물들이었다. 반대로 속초시는 국민의힘 쪽에 현직 프리미엄(이병선, 민선 6·8·9기 '징검다리 3선')이 있었다.
속초시장 선거, 무엇이 승부를 갈랐나
이번 속초시장 선거의 가장 극적인 장면은 여론조사의 반전이었다.
4월 조사에서 김철수 후보는 56.1%라는 압도적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지지는 '질'이 달랐다 — 지지 후보를 바꿀 의향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이병선 후보 지지층은 59.4%였던 반면 김철수 후보 지지층은 47.5%에 그쳤다. 표면적 우위와 무관하게 지지층 응집력에서는 이미 차이가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5월 하순 조사에서 김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43.6%로 내려앉았고, 이는 선거일 개표 결과(43.87%)와 근접했다(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4.4%p로, 통계적으로는 오차범위 안에서 유사한 수준으로 읽어야 한다). 그의 득표가 선거일 약 보름 전 시점의 조사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뜻이며, 그 사이 발생한 부동층·이탈표는 대체로 이병선 후보 쪽으로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5월 조사에서 나타난 '정당-후보 지지도 격차'는 후보 개인 효과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 구분 | 정당 지지도 | 후보 지지도 | 차이 |
|---|---|---|---|
| 더불어민주당 / 김철수 | 45.3% | 43.6% | -1.7%p |
| 국민의힘 / 이병선 | 32.9% | 37.8% | +4.9%p |
여론조사 수치상 국민의힘·이병선 조합은 정당 지지도 대비 후보 지지도가 4.9%p 높게 나타난 반면, 더불어민주당·김철수 조합은 오히려 정당 지지도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지지층 결집력 지표(자당 지지자 흡수율)에서도 국민의힘 측이 79.0%로 민주당 측 69.9%보다 높게 조사됐다.
같은 유권자 집단의 도지사 선거 결과와 시장 선거 결과를 개표구 단위로 비교하면, 이 '개인 감점'이 특정 동에 집중돼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도지사 대비 시장 후보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두 동이 조양동(-1,092표)과 노학동(-866표)이었다. 조양동은 속초시 인구의 35.9%를 차지하는 최대·최연소 지역으로, 인구 구조상으로는 오히려 김철수 후보에게 유리했어야 할 곳에서 가장 뚜렷하게 등을 돌린 셈이다.
선거 후 지역사회에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위기감에 결집했다"는 설명에 두 가지 하위 서사가 덧붙었다. 데이터로 대조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서사 | 성립 근거 | 반증 | 판단 |
|---|---|---|---|
| 동반낙선론 | 합동유세는 사실 | 시의원 정당 득표 격차(1.7~1.8%p)는 시장 격차(6.93%p)의 1/4 수준; 밀착 후보들도 당선 | 부분 성립, 과장된 서사 |
| 20만원 공약론 | 선거 막판 핵심 쟁점 보도 | 공약은 4개월 전부터 상수, 그 기간 지지율은 정반대로 움직임; 실제 승부처는 '개인 감점' 지역과 일치 | 인과관계 근거 약함, 사후적 서사 |
나아가 실제 득표 증감을 보면 "위기감 결집론" 자체도 속초에는 들어맞지 않는다. 2022년 대비 2026년, 투표율은 11.63%p 뛰었지만 늘어난 표의 상당 부분은 오히려 민주당 쪽으로 갔다(민주당 득표 +21.3% vs 국민의힘 +6.2%). 그 결과 양당 격차는 13.88%p에서 6.93%p로 좁혀졌다 — "국민의힘 지지층이 결집해 나왔다"는 서사가 성립하려면 국민의힘 득표가 더 가파르게 늘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2028년은 다른 게임이다
지방선거 결과를 곧바로 총선 전망에 대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설악권 4개 시·군을 하나의 총선구로 재집계하면, 이 선거구의 구조 자체가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난다.
국회의원 선거는 속초·양양·고성·인제 4개 시·군을 하나로 묶어 치러지며, 현재 이 선거구는 국민의힘 소속 3선 의원이 대표하고 있다. 2026년 지방선거 결과를 이 선거구 단위로 합산하면 시·도지사 지표는 국민의힘 +1.09%p, 기초단체장 합산은 민주당 +0.91%p, 비례대표는 국민의힘 +3.46%p로 세 지표 모두 ±1~3.5%p의 초박빙 경합 수준이다. 다만 이 격차가 2028년 총선에서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이 수치만으로 예단할 수 없다 — 지방선거와 총선은 유권자가 표를 던지는 기준 자체가 다른 선거이기 때문이다.
| 총선 | 국민의힘 계열 | 민주당 계열 | 제3지대 |
|---|---|---|---|
| 20대(2016) | 44.9% | 22.3% | 21.0%(국민의당) |
| 22대(2024,비례) | 44.4% | 24.5% | 20.7%(조국혁신당) |
성격이 상반된 두 제3지대 정당(중도의 국민의당, 진보의 조국혁신당)이 각각 20%대라는 유사한 규모의 표를 흡수했다는 것은, 속초 유권자 지형이 상시적으로 20% 안팎의 '이탈 가능표'를 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이런 전국구 제3지대 정당이 시장 후보를 내지 않아 그 유동성이 무소속 득표(5.32%)와 극단적 여론조사 변동성으로 우회 표출됐지만, 총선이라는 무대에서는 이 잠재 이탈표가 곧바로 제3의 정당·인물에 대한 직접 득표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 이탈표는 특정 정당에 고정된 성향이 아니라, 그 시점에 등장하는 제3의 정치세력의 성격에 따라 어느 진영의 표를 더 많이 잠식할지가 달라지는 불확실성 요인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 이탈표는 어디에 집중돼 있을까. 세 차례의 서로 다른 선거를 동별로 재계산하면 답이 나온다.
20대 총선(국민의당), 22대 총선(조국혁신당), 2025년 대선(개혁신당)이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세 번의 선거에서, 조양동과 노학동은 매번 시 전체 평균을 웃도는 이탈률을 기록했고, 반대로 청호동·대포동은 매번 평균을 밑도는 가장 안정적인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서 확인한 2026년 지방선거의 '개인 감점' 패턴(도지사 대비 시장 후보 격차가 가장 컸던 곳이 바로 조양동·노학동)과 정확히 겹친다. 즉 조양동·노학동은 총선의 제3지대 이탈과 지방선거의 인물 요인 이탈이 공통으로 집중되는, 속초시에서 가장 유동적인 두 지역이라는 이중의 구조가 확인된다. 인구 최대 밀집·최연소 지역인 조양동의 표심 변화가 앞으로 선거구 전체 결과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양양·고성·인제에서 당선된 민주당 단체장들은 대부분 다선 현직이거나 확고한 개인 기반을 갖춘 인물이다. 이들이 임기 중 예산 집행·인허가·지역 행사 등을 통해 쌓을 지역 내 조직 기반이 2028년 총선에서 민주당 쪽에 유리한 하부구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진단 2에서 이미 확인했듯 '현직 프리미엄'은 정당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개인표라는 점에서, 같은 논리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의 3선 경력에 따른 조직적 자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이 선거구에서는 어느 한쪽만 조직적 이점을 갖는 구도가 아니라, 각자 현직을 지키고 있는 단위(기초단체장은 3개 군에서 민주당, 국회의원은 선거구 전체에서 국민의힘)에서 각자의 현직 자산이 맞서는 비대칭적 균형 상태로 보는 편이 데이터에 더 부합한다.
더 넓은 시야: 전국적 흐름 속의 설악권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동아일보 칼럼에서 이번 9회 지방선거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으로 한 유권자가 서로 다른 정당 후보에게 표를 나누는 교차투표 현상이 되살아났다는 점을 짚었다. 정당별 일괄투표가 굳어진 시대에 이런 흔들림은 이례적이며, 후보 개인의 역량이나 정책을 보고 판단하거나 특정 정당의 권력 독점을 견제하려는 심리가 작동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 칼럼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는 서울·부산·울산 세 곳에서 교차투표가 관측됐는데, 이는 최근 10년간 7회 선거에서 전무했고 8회 선거에서도 단 1곳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반전이다.
속초 역시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같은 유권자 집단이 같은 날 도지사는 민주당(우상호), 시장은 국민의힘(이병선)을 택한 것 자체가 전형적인 교차투표 사례이며, 설악권 전체로 보면 3개 군에서 비례대표(정당)와 단체장(인물)의 승자가 엇갈린 '방향 역전' 역시 넓은 의미에서 같은 현상의 지역적 변주로 볼 수 있다. 즉 설악권에서 관찰된 정당-인물 괴리는 이 지역만의 고립된 이변이 아니라, 진영 고정 투표가 흔들리고 있는 전국적 흐름 안에 위치한 사례라는 뜻이다.
잊지 말아야 할 질문 하나 — 인물이 이겨도 남는 것
지금까지의 분석은 "정당보다 인물"이라는 틀로 이번 선거를 설명해왔다. 그런데 이 틀에는 한 가지 더 물어야 할 질문이 남아 있다. 속초는 월남민을 비롯한 이주민들이 정착 과정에서 형성한 도시라는 역사적 특수성을 갖고 있고, 지역 정치사를 길게 보면 정당 간판이 바뀌어도 개발 사업을 둘러싼 이권 구조 자체는 잘 바뀌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 지역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문제의식은 실증적으로 검증된 정량 분석이 아니라 역사적·구조적 해석에 속하므로 본 칼럼의 다른 절들과 같은 층위에서 다룰 수는 없지만, "인물이 정당을 이긴다"는 이번 선거의 반복된 결론이 그 자체로 반드시 좋은 소식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남겨둔다. 유권자가 주목해야 할 것이 정당 라벨이든 인물의 개인기든, 궁극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그 인물이 실제로 투명하고 민주적인 시정을 운영할 능력과 구체적 방안을 갖췄는지일 것이다.
네 가지 진단을 하나로
방법론적 한계
이 칼럼이 딛고 선 자료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제19~22대 국회의원선거·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결과,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양양군·고성군·인제군) / ㈜에이스리서치·강원일보 여론조사(2026.4.13~14) / ㈜엠브레인퍼블릭·강원 6개 언론사 공동 여론조사(2026.5.18~19) / 한규섭, "진영정치의 끝에서 만난 '교차투표'라는 시적 엔딩", 동아일보(2026.7.7) / 강원일보·G1방송·MBC강원영동·설악투데이·글로벌설악뉴스·아주경제 등 2026년 3~6월 보도 / 위키백과·나무위키 관련 항목
참고 이론: Reif & Schmitt(1980) 2차적 선거이론, Campbell(1986)·Hogan(2005) 코트테일 효과, Burden & Kimball(1998) 티켓 스플리팅, Cain·Ferejohn·Fiorina(1987) 개인표 이론, Key(1966)·Fiorina(1981) 회고적 투표